**신진학원 김용식 이사장의 부친 김창원 전 거화그룹 회장(1996년 작고)을 오랫동안 보필했던 한 인사는 김 이사장의 라스베이거스 거액 원정도박 소식에 “끝내 아버지의 길을 그대로 가다니…”라며 안타까워했다. 1970년대 초반까지 삼성, 럭키그룹과 함께 국내 재계 랭킹 2~3위를 다투던 거화그룹 김창원 회장은 도박으로 인해 역사에서 기업의 이름이 사라진 재벌로 꼽힌다. 김창원 전 회장은 1984년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당시 23만 달러를 카지노 도박으로 탕진한 사실이 적발돼 검찰에 구속됐다.
ⓒ시사IN 윤무영
김용식 이사장이 운영하는 신진자동차고등학교. 창업주의 구속으로 거화그룹은 순식간에 몰락의 길을 걸었다. 쟁쟁하던 거화그룹 산하 계열사는 산산이 공중 분해됐다. 지프차를 생산하던 거화자동차는 쌍용차로, 신진자동차는 대우차로, 한국중공업은 대우중공업으로, 신원건설은 삼성종합건설로 넘어갔다. 이후 거화그룹에 겨우 명맥이 남은 것은 1968년 설립한 사학재단 신진학원(신진공업고교)과 교육용 수익재산으로 돼 있던 서울 시내 곳곳의 신진자동차학원 부지였다.
1996년 신진학원 김창원 이사장이 작고한 뒤 이사장직을 승계한 넷째 아들 김용식씨는 남은 부동산으로 ‘고수익 사업’에 대한 야망을 불태웠다. 교육용 기본재산이던 서울 양평동과 창동 등 요지의 부동산을 팔아 ‘전문대학’을 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교육청에 신고한 수익부동산 처분 및 사용 목적과 달리 900억원의 토지 매각 대금으로 사행성 산업에 뛰어들었다. 1999년 위락 관광 사업체로 ㈜한무컨벤션을 설립한 김 이사장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인접한 무역협회 부지를 장기 임대해 카지노 시설을 설치하고 오크우드호텔을 지었다.
이 과정에서 당시 김종필 총리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댔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불법 카지노 시설이 5년 동안 폐쇄되기도 했다. 2005년 문광부 산하 한국관광공사 자회사는 이 시설을 임차해 ‘세븐럭’이라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 뒤 김 이사장은 관광공사로부터 매월 7억여 원에 이르는 임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카지노로 돈 벌어 대학을 짓겠다’던 김 이사장의 기이한 야망이 본인을 라스베이거스 원정도박의 수렁으로 몰아넣는 원죄가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