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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 경찰이 한 지방 법의학국 소유의 미니밴을 압수수색했다. 차 안에 있던 냉장고엔 사람의 늑골 2개, 아킬레스건 2개, 좌우 팔꿈치와 고막, 치아 2개 등이 들어 있었다. 뇌전증으로 35살에 숨진 한 남자의 사체에서 막 적출한 것이었다. 남자의 어머니는 “약간의 인체조직만 적출한다고 듣고 있었다”며 “경찰이 보여준 적출 목록을 보고 너무 소름이 끼쳐 다 읽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냉장고에 붙어 있던 운송장에는 수신처가 독일에 있는 한 의료기업 계열의 공장으로 표시돼 있었다. 미국에서 연간 1억69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한 상장 의료업체가 소유한 공장이었다. 이 공장에서 가공된 인체조직은 미국에 있는 회사로 옮겨진 뒤, 다시 세계 30개국 이상에 수출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국제탐사보도저널리스트연합(ICIJ·이하 탐사보도연합)이 최근 세계 11개국에서 8개월간 취재해 밝힌 국제 인체조직 불법거래의 한 단면이다. 이 단체와 기사 제휴 협약을 맺은 <아사히신문>이 19일 자료를 제공받아 보도한 것을 보면, 주검에서 피부나 뼈, 힘줄 등의 조직을 적출해 치과 임플란트나 미용성형, 스포츠의료용 원자재로 파는 국제적인 불법거래가 횡행하고 있다.
인체조직의 주요 공급처는 규제가 느슨한 옛소련과 동구권이다. 의료관련 공공기관이 교묘한 말로 유족에게 동의를 얻은 뒤, 인체조직을 대량 적출하면서 불법거래가 시작된다. 우크라이나 경찰은 2008년에도 한 법의학 시설이 매달 1000개 이상의 인체조직을 제3자를 통해 불법으로 미국 의료업체의 독일 공장에 넘긴 것을 밝혀내고 관련자를 기소했으나, 주범인 의사가 판결이 나기 전에 숨지는 바람에 진상을 다 밝히지는 못했다고 한다.
최대 소비처는 미국으로, 인체조직을 원재료로 한 제품이 연간 200만개 이상 팔리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10년 사이 소비가 갑절로 늘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불법거래된 인체조직 가운데는 간염이나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것들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어서 이로 인한 위험도 적지 않다. 탐사보도연합이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에 정보공개 청구로 확인한 것을 보면, 2002년 이후 조직이식 뒤 각종 질병에 감염된 사례는 1352건에 이르며, 그중 40명이 숨졌다.
미용성형수술이 대유행인 한국에서는 성형외과 병원이 코 성형에 사체에서 도려낸 피부조직을 사용하는 등 인체조직을 이용한 제품이 많이 쓰인다. 병원들은 ‘인체조직을 이용한 제품은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의 승인을 받아 안전하다’고 광고하고 있다. 규제당국의 한 관계자는 탐사보도연합의 취재에 “한국에서 사용되는 인체조직 제품의 90%가 외국에서 수입되고 있다”며 “안전성 추적 시스템이 필요하긴 하지만, 쇠고기 표찰과 비슷한 딱지가 붙어 수입되기 때문에 잘 구분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일본의 경우도 국내 제공자에게 대해서는 신원 및 병력 파악이 철저하지만, 비보험 진료 분야에서 의사가 인체조직을 원재료로 한 의료자재를 외국에서 수입해 치료하는 데는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후생성도 그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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