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내국인 입장 확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979만4796명이 한국을 찾았다. 이 중 카지노를 이용한 외국인은 210만698명으로 전체의 21.4%에 이른다. 카지노에서 쓰고 간 돈은 1조1256억 원으로 1인당 53만 원꼴이다. 특히 국내 카지노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어 그동안 침체에 빠졌던 카지노업계는 기대에 들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반복되는 논쟁거리였던 내국인(한국인)에 대한 카지노 개방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카지노의 경제적 효과에 주목해야 할까, 아니면 내국인 개방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더 중요할까. 전문가들의 찬반 의견을 들어봤다. 》

■ 이래서 찬성한다

카지노 전문가들은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 허용이 카지노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주장한다. 또 그들은 카지노를 통해 음성적으로 퍼져 있는 도박 문화를 양성화하고 해외 원정도박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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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이 돼야 투자한다

쇼핑과 공연, 카지노는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되면 엄청난 관광자원이 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공연장, 쇼핑시설, 호텔 카지노 등이 어우러진 복합 관광시설이 들어서려면 5조 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은 “글로벌 레저기업들은 한국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지만 내국인과 외국인의 입장을 차별하는 규제 때문에 투자를 망설인다”며 “한국은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과 드라마 같은 콘텐츠가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를 촉진할 레저 공간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강만호 서라벌대 카지노과 교수는 내국인의 출입을 확대해 카지노 산업을 활성화하면 고용이 크게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카지노 산업은 연중무휴 3교대제로 근무하는 서비스산업이어서 다른 관광산업보다 고용 효과가 높다”며 “싱가포르는 2010년 카지노 2곳을 열면서 3만 명 이상의 고용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 제한적 카지노 출입 허용으로 외화 유출 막자

국내 사설 카지노를 포함한 불법 도박의 규모는 40조∼50조 원으로 추산된다. 해외 카지노를 찾는 한국인 수는 매년 20만 명 이상, 이들을 통해 해외로 유출되는 국부도 연간 2조20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존스 전 회장은 “불법 도박시장은 각종 범죄와 탈세의 주범”이라며 “정부는 카지노를 합법적인 시장 안으로 흡수하되 불법 도박은 더욱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카지노의 베팅 금액을 제한해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놀이 문화로 육성한다면 도박 산업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면 무분별하게 도박에 뛰어드는 사람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들어 해결책을 제시했다. 2005년 카지노의 내국인 입장을 허용한 싱가포르는 자국민에게 하루 입장료로 100싱가포르달러(약 9만600원)를 부과한다. 입장료로만 따지면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5000원)의 18배에 달한다. 입장료 수입은 도박 중독 예방 및 치유 프로그램의 재원으로 사용한다. 강 교수는 “카지노 방문 일수를 제한하고 입장료를 대폭 인상하면 내국인의 방문을 줄이면서 세수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존스 전 회장은 “미국 등에선 정부와 업계, 카지노 이용자들이 도박 중독에 대한 위험성을 충분히 공유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유도하는 ‘책임 도박’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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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래서 반대한다

카지노 내국인 출입 확대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도박 중독자의 양산을 우려한다. 중독성이 강한 도박산업을 굳이 정부가 나서서 확대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도박 중독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카지노산업 활성화로 얻는 이익보다 크다고 주장한다.

○ 카지노는 마약과 같다

강원랜드의 지난해 매출은 1조1863억 원으로 나머지 16개 외국인 카지노의 전체 매출을 합친 것보다 많다. 반대 측 전문가들은 “카지노 출입이 자유화되면 전국적으로 카지노 열풍이 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덕 전국도박피해자모임 공동대표는 “연간 260만 명이 찾는 강원랜드는 수많은 사람을 패가망신과 자살의 길로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업을 하며 모은 전 재산을 카지노에서 잃은 뒤 도박 규제 운동에 뛰어들었다. 정 대표는 “강원랜드가 있는 강원 정선군 내 자살자 및 변사자는 2011년 79명으로 군 단위에서는 전국 최고”라고 밝혔다.

2007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강원랜드 출입자 중 도박 중독 유병률은 79.3%에 이른다. 한국 성인 전체로 봐도 2009년 도박 중독 유병률은 6.1%로 캐나다 3.3%, 호주 2.4%, 영국 1.9%의 2∼3배에 달했다.

정 대표는 “카지노 내국인 출입을 확대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현재 내국인 출입을 허용한 강원랜드도 내국인 출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사행산업 17조 vs 사회적 비용 78조

카지노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작용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훨씬 크기 때문에 내국인 출입을 확대해선 안 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전종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연구팀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용역을 받아 2010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9년 카지노, 경마, 복권 등 전체 사행산업의 매출 규모는 16조5337억 원이지만 도박 중독자들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78조2358억 원으로 추정된다. 사행산업 시장 규모의 4.7배에 이르는 셈이다.

전 교수는 “지난 10년간 도박 인구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지만 도박 중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지금의 추세로 2050년이 되면 사회적 비용은 361조 원으로 증가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국인이 카지노를 자유롭게 출입하게 되면 사회적 비용은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전 교수의 주장이다.

전 교수팀의 조사 결과 도박 중독자의 30∼40%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고 37.1%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도박 중독은 가정 파괴와 범죄를 유발하고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며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은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