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수들, 잘못했지만…" 두둔한 해외언론


LA타임스 "새로 도입한 경기 운영 방식 허점 있다" 지적

ESPN "한국이 그렇게 용서받지 못할 죄 저질렀는지 의문"

배드민턴 고의패배 파문이 런던올림픽 최악의 스캔들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언론이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의 허술한 진행 방식을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이하 LA타임스)는 1일(현지시간) "선수들이 손쉬운 상대를 만나기 위해 져주거나 불성실하게 뛰는 것은 다른 스포츠에서도 간혹 이용되는 꼼수"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 예로 미국의 수영 영웅 마이클 펠프스와 일본 여자축구팀의 사례를 꼽았다.

LA타임스는 "펠프스의 경우 예선 경기에서는 체력비축 등을 이유로 기량의 최대치를 발휘하지 않고 결선에 진출할 수 있을 정도의 플레이를 펼친다"며 "하지만 결승에서는 승리를 위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신문은 이어 일본 여자축구팀의 고의 무승부 논란에 대해 "일본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쳤고 고의 무승부 의혹에 휩싸였지만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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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타임스는 배드민턴에서 승부조작 비극이 벌어진 이유로 BWF가 이번에 도입한 라운드 로빈 방식을 꼽았다. 선수들의 무성의한 플레이도 문제가 됐지만 경기 운영 방식에 허점이 있었단 뜻이다.

BWF는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싱글 엘리미네이션(Single-elimination) 방식 대신 라운드 로빈 방식(Round robin)의 예선 리그를 도입했다. 싱글 엘리미네이션 방식은 두 팀이 1 대 1로 승부를 벌여 패자를 곧바로 탈락시킨다. 단 1패만 하더라도 토너먼트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라운드 로빈 방식은 같은 조에 속한 팀들이 한 번씩 대전한 뒤 1, 2위가 다음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반드시 모든 경기를 이기지 않더라도 다음 라운드 진출이 가능하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다음 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은 팀이 보다 유리한 상대를 만나기 위해 남은 경기를 대충 진행할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팀 모두가 2승을 확보해 8강 진출을 확정지은 가운데 서로 패를 늘려 2위를 하려고 함에 따라 사태가 커진 것이다.

뉴욕타임스도 2일(현지시간) 배드민턴 승부조작 파문에 대해 전하며 세계대회에서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선수와 코치들이 다양한 꼼수를 모색해 왔다고 보도했다. 그 예로 월드컵 조별 예선전 마지막 경기가 동시에 치러지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실제로 1982년 월드컵 경기에서 옛 서독과 오스트리아 축구팀이 다른 팀의 승부를 알고 1-0으로 무기력하게 경기를 마쳤고, 파문이 일자 조별 마지막 경기를 동시에 치르도록 규정이 개정됐다.

ESPN도 홈페이지에서 "실격 당한 선수들이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질렀는지 의문"이라며 "스포츠 정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라의 기대에 부응해 메달을 따기 위한 전술의 하나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BWF는 이번 파문에 대해 제도상의 미비한 점은 인정했지만 구체적 방지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BWF는 "조별리그 도입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예전에 없었던 흥미를 이끌어내고 있다"면서도 "일부 문제점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재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와 코치진에 대한 징계는 이 대회로 한정하며 더 이상의 징계는 각국 올림픽위원회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파문 당사국에 공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