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홀덤포커.. 진보된 갬블 (족보및게임진행방법)


미국에 몇몇 도시에 있는 카지노를 가보게 되면 온갖 종류의 게임이 넘쳐난다. 흔한 것은 역시 슬롯머신이고, 그 외에도 다양한 게임들이 방문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 중에서 카드로 하는 게임이라면, 꽤 오래전부터 이 텍사스 홀덤이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오마하 같은 게임들도 있고, 같은 홀덤이라고 해도 치러지는 방식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되기도 하지만 텍사스 홀덤이 대세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카드게임이라면 세븐오디나 바둑이, 하이로, 훌라 같은 것들이 유행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꽤 많은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과연 홀덤이 과거의 포커 게임들에 비해 그렇게 재미있는 것일까?



사건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WSOP, 즉 포커 월드시리즈가 개최되어 바로 이 텍사스 홀덤으로 결승전이 치루어졌는데, 거기서 크리스 머니메이커라는 한 젊은이가 우승을 하게 된다. 총 상금은 250만불 규모.


딱 보기에도 방구석에 쳐박혀서 코카콜라와 핏자로 연명하며 온라인 카지노에서 홀덤 게임만 죽어라고 했을 것 처럼 생긴 이 친구가 보여준 경기는 대단한 붐을 일으키고 말았다. 이른바 머니메이커 붐이라고 불리우며 지금도 텍사스 홀덤을 미국 전역에서 가장 대중적인 게임으로 만들어버린 최초의 사건이 된다.

이 사건을 단순히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한 천재 젊은이가 기라성같은 유명 프로갬블러들을 물리치고 우승했다는 것 정도로 간주하면 곤란하다. 이 사건의 배후에는 온라인 카지노들이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주마다 도박에 관한 정책이 다 다르다. 그러나 온라인은 주의 경계를 손쉽게 넘어선다. 심지어 국가의 경계도 쉽게 넘어선다. 그런 온라인 카지노에서 가장 인기를 끌던 게임이 텍사스홀덤이었고, 그 온라인 홀덤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드디어 오프라인 카지노 업계에 까지 진출한 사건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머니메이커는 포커 스타즈라는 한 온라인 홀덤 게임 업체에서 개최한 참가비 45불짜리 작은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사람이다. 별것 아닌 일이었다. 단지 그 토너먼트의 일등 상품이 월드시리즈 출전권을 제공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일이 커졌다.

그 우승의 여파를 몰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여 기라성 같은 강자들을 차례로 꺽는 이변을 연출하며 북미대륙 전체를 홀덤의 열풍에 사로잡히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머니메이커이다.

즉 머니메이커 같은 젊은 사람은 기존의 관점에서는 월드 시리즈에 참가할 참가비 만불 조차도 만들기 힘든 사람이지만, 작은 온라인 토너먼트에서 우승함으로써, 그런 큰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고, 온라인에서만 통하는 실력이 아니라, 오프라인, 즉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며 하는 경기에서도 그 실력이 입증되었다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지금도 이런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월드시리즈 출전권을 상품으로 건 수많은 위성 토너먼트(Satellite tournament)들이 개최되고 있다. 그 위성 토너먼트를 통해 돈은 없지만 실력이 출중한 젊은 세대들이 대형 게임들에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 스타크래프트 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가 있다. 수퍼스타 임요환에 맞서서 처절테란 운영을 멋지게 해 내던 선수였던 기억이 난다. 너무 못생긴 눈매 때문에 항상 날카로운 선그라스를 쓰고 경기하던 베르뜨랑.

어느날 갑자기 국내 스타 리그에서 종적을 감춘 그 역시 미국으로 건너가 이 홀덤 토너먼트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스타크래프트 연습에 쏟은 시간에 비해 국내 스타리그에서 벌어들인 돈이 너무 적었고, 미국 홀덤 프로로 활동하면서는 훨씬 더 적은 시간을 투자해서 훨씬 더 큰 돈을 벌고 있다고 만족해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들려온 소식은 그가 2008년 PokerStars Caribbean Adventure(PCA)라는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200만 달러의 상금을 획득하였다는 소식이었다. 25억쯤 되나...


우리나라에서는 스타크래프트 게임으로 겨루는 이 분야를 이스포츠(e-sports)라고 부른다. 그런 관점에서 홀덤 토너먼트 역시 이 정도 규모라면, 스포츠라 불리워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한마디로 홀덤은 이제 갬블의 단계를 넘어선 진보된 그 무엇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게임을 그냥 도박이라고 치부해서 모른척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런 무관심은 시대에 뒤떨어진 고집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홀덤 게임 자체에 대한 얘기를 좀 해 보자.

홀덤 게임의 규칙은 매우 간단하다. 세븐오디 포커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십분 이내에 다 배울 수 있다. 원래 홀덤이 만들어진 이유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서 포커를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각자에게 두장씩 카드를 돌리고, 바닥에 다섯장을 깐다. 그 일곱장으로 포커 족보를 만들어서 가장 높은 사람이 판돈을 먹는 경기이다. 아주 단순하다.



우리가 아는 포커 족보의 순서
 첫 번째 특징은 딜러, 스몰 블라인드, 빅 블라인드라는 개념이다. 최초에 게임을 시작할 때 딜러 위치를 결정하고, 그 왼쪽에 SB, 그 왼쪽에 BB가 자리잡는다. 이 위치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매번 새로 카드를 돌릴 때마다 시계방향으로 한칸씩 이동을 하게 된다. 이들의 역할은 별거 없다. 딜러는 단지 순서의 시작을 표시하는 위치상의 의미이며 실제로 카드를 돌리지도 않는다. 카드는 언제나 카지노에서 배정해 준 직원 딜러가 하게 되어 있다. 스몰,빅 블라인드는 그냥 최초의 베팅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노란색 D 버튼이 딜러 위치를 알려주는 딜러버튼, 그 바로 옆 하늘색이 스몰블라인드, 그 옆 파란색 자리가 빅 블라인드
보통 포커게임에서는 누구나 앤티(판돈, 보통 전문용어로 학교 가는거라고 표현을 한다.)를 대게 되어 있다. 그러나 홀덤에서는 앤티를 의무적으로 대는 대신(물론 홀덤 게임 중에도 앤티를 대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딜러 왼쪽의 스몰 블라인드가 일정액을, 그 옆에 빅 블라인드가 대략 스몰 블라인드의 두배 가량의 칩을 의무적으로 베팅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 의무적인 베팅을 블라인드 머니라고 한다. 나쁜 카드를 들고서 계속 죽기만 하는 것을 방지하여 판돈을 키우기 위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블라인드 머니는 한 테이블 내에서도 항상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의 캐시게임에서는 테이블의 규모에 따라 고정적인 블라인드 머니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잘 변하지 않는다. 그 규모는 0.5불/1불 의 규모에서부터 100불/200불 정도 규모의 캐시게임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토너먼트에서는 최초 10/20불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일정시간이 지나면 블라인드 머니를 계속 올리기 마련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기본적으로는 테이블에 참가한 선수들이 올인후 탈락하게 되면서 그 돈들이 자꾸 다른 선수들에게 모여 선수들의 칩 스택(칩 보유량)이 깊어지기(칩이 달랑거리는 상황을 숏 스택, 칩이 엄청 많은 경우를 딥 스택이라 부른다. 그래서 스택이 깊어진다로 표현한 것.) 때문에, 동일한 블라인드 머니로는 게임의 향방이 잘 가려지지 않기 때문인 것이 하나 있고, 또 토너먼트의 특성상 제한된 시간내에 경기를 끝내야 되기 때문에 게임의 진행속도를 올리기 위해서 그런 측면도 있다.

심지어 어떤 토너먼트에서는 나중에 가면, 블라인드 머니 이외에도 참가자 모드에게 앤티를 내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게임의 진행 순서는 두장씩의 카드를 모두에게 돌린 후, 블라인드 머니를 대고 나서, 빅블라인드 왼쪽부터 베팅을 시작한다. 이 단계를 플롭이전 단계, 즉 프리플롭이라고 한다.

그 이후에 바닥에 세장을 펼친다. 이 카드를 플롭 카드라 하고, 플롭 카드가 펼쳐진 후 또 한번 베팅을, 이번에는 스몰블라인드부터 하게 된다. 즉 언제나 딜러가 가장 마지막에 베팅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라는 의미이다.





하늘색은 10-10의 핸드를 들고 있고, 바닥에 깔린 세장의 카드가 바로 플롭카드가 되겠다.
그 뒤에 턴 카드라고 해서 한 장을 더 펼치고 또 스몰 블라인드부터 베팅, 마지막으로 리버 카드라 해서 마지막 한 장을 마저 오픈하고 또 베팅. 이렇게 모든 베팅이 종료된 후에는 각자의 카드를 오픈해서 승패를 결정하는 쇼다운(Showdown) 과정이 진행된다. 이렇게 한판이 마무리 되는 것이다.


턴 카드가 추가된 상황



리버카드까지 추가 되었다. 모든 카드가 다 나왔고, 하늘색의 핸드는,
바닥의 커뮤니티 카드 A-K-Q-J 와 손에 있는 10 카드가 합쳐져서 스트레이트가 된다.

그러고 나면 딜러를 나타내는 딜러 버튼과 스몰 블라인드, 빅 블라인드가 한칸씩 왼쪽으로 전달된다. 그리고 게임 개시.. 이렇게 진행되는 것이다.
 
바닥에 다섯장 깔고 각자 두장씩 가지게 되니 이론적으로야 23명까지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 테이블에 함께 게임하는 사람들은 10명으로 제한된다. 보통은 9명을 유지하는 게 현실이다.

물론 블라인드 머니의 규모, 베팅 한계의 설정, 그 밖의 다른 규칙들에 따라 세부적으로 다양하게 구분되기는 하지만 이게 개략적인 게임의 모습이다. 오히려 중요한 구분은 다른 곳에 있다.

우선은 리밋 게임과 노리밋 게임의 구분을 들 수 있다. 노리밋 게임은 팟 머니와 상관없이 베팅액수에 한도가 없다. 즉, 언제든지 올인이 가능한 게임을 의미한다. 리밋게임은 보통, 정해진 액수만 베팅할 수가 있다. 즉, 1/2불 블라인드 머니 게임에서 보통 베팅 리밋이 2불로 정해진다면, 베팅은 오로지 2불씩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1불도 안되고 3불도 안된다. 보통 이런 게임은 카지노에서 돈을 많이 쓰고 싶은 생각이 없이 시간 때우기 식으로 놀러오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한다. 물론 전략도 다르고 베팅 방법도 다르다. 블러핑 전략도 완전히 달라진다. 달랑 2불 걸면서 블러핑하는 건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된다는 식이다.

홀덤프로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리밋 게임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워낙에 판이 작아서, 그 판에서 아무리 많이 이겨봐야 수입이 얼마 나오지 않게 되고, 그런 수입으로는 전업 홀덤 선수생활을 할 수가 없게 된다는 뜻이다. 물론 공부하는 과정에서 그런 작은 판에서 연습하는 경우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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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적으로 돈이 아주 많은 사람들이 리밋게임을 즐기는 수도 있다. 블라인드 머니 규모가 100불/200불 정도되는 리밋게임에서는, 리밋 게임만이 가지는 특성상 오히려 판돈이 더 크게 움직이기도 한다. 즉, 베팅에 제한이 있으니 너도나도 다 베팅을 한다는 식이 된다. 이런 판만을 노리고 게임을 운영하는 프로들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판 자체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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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중요한 구분은 바로 캐시게임과 토너먼트의 구분이다. 그리고 이 두가지 경우 모두, 대체로 노리밋 게임을 가정하고 전략을 연구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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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캐시게임은 그 자리에서 돈을 칩으로 바꿔 경기에 임하고, 언제든지 게임을 그만두고 일어나서 칩을 다시 돈으로 바꿔갈 수 있는 말 그대로 현찰 박치기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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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캐시게임은 도박성이 강하다. 많은 프로 갬블러들은 진정한 돈은 캐시게임에서 벌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아무 때나 손쉽게 할 수있고 일정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편리함도 있다. 즉, 언제든지 카지노에 가서 적당한 테이블에 끼어들어 같이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수많은 초심자들이 이 캐시게임 테이블에서 돈을 털리고 있다는 뜻이 숨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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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초심자들에게는 가장 위험한 게임이 될 수도 있다. 하다보면 칩이 떨어진다. 그러면 그 자리에서 지갑을 열어 칩을 또 살 수 있다. 그 횟수에 대한 제한은 사실상 없다. 몇몇 주에서는 한 손님이 일정한 시간 내에 구매할 수 있는 칩의 양을 제한하기도 하지만 그 제한은 홀덤 경기 차원의 제한이 아니라 카지노 전체 차원의 제한이니 홀덤하고는 관계가 없다. 그러므로 캐시게임에 빠지게 되면, 어느새 지갑은 텅 비어 있는 꼴을 당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프로들도 초심자 시절에 캐시게임에 시간 가는줄 모르고 앉아 있다가 몇천불씩 털리는 경험도 한두번씩은 다 하게 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