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점·피자집서도…英도박사 3500억 베팅


도박이 합법화된 영국에서 열리는 브리티시오픈은 세계 최고의 골프 도박장으로 통한다. ‘베팅 오픈’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브리티시오픈은 세계 유일의 오픈 대회라는 뜻으로 대회명을 ‘디 오픈’이라고 고집하는데 도박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골프 도박산업 대부분 온라인 베팅

‘스포츠 도박’의 나라인 영국은 50년 전에 골프 도박을 합법화했다. 1961년 경마와 전화거래로만 제한돼 있던 규제를 풀면서 스포츠 베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변두리의 빈민가와 화려한 저택이 즐비한 고급주택가, 은행, 정육점, 피자가게, 주점 등 어디에나 베팅 매장이 들어서 있다.

영국 최대 베팅업체인 윌리엄힐은 2300개 매장을 갖고 있다. 래드브로크스, 코럴 등도 ‘빅3’로 통한다. 베팅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4분의 1 정도 행해지고 대부분은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골프 도박 산업의 규모는 6억달러(약 6850억원)를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래드브로크스에 따르면 이 중 절반이 넘는 3500억원이 브리티시오픈에 집중된다. 영국인들이 미국의 마스터스에 거는 돈보다 5배 많은 액수다. 미국인들이 라스베이거스에서 브리티시오픈에 거는 돈과 비교하면 200배에 이른다. 그래서 영국 도박사들에게는 브리티시오픈이 4대 메이저대회 중에서도 가장 큰 메이저다.

◆내기로 걸 수 있는 것 다 걸어

베팅은 단순히 우승자를 맞히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첫 번째 티샷을 하는 순간부터 우승을 확정짓는 마지막 퍼팅이 홀에 떨어질 때까지 쉬지 않고 계속된다. 1 대 1 비교, 라운드별 스코어 등 거의 무한대로 베팅이 세분화된다.

로리 매킬로이의 아버지는 아들이 25세 이전에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한다는 것에 100파운드를 걸었다고 한다. 이 베팅의 배당률은 500/1(500배)이다. 매킬로이가 3년 이내에 우승하면 5만파운드를 받게 된다는 얘기다.

영국은 런던올림픽 개막식에 여왕이 어떤 모자를 쓸 것이냐, 개막식날 비가 올 것이냐 안 올 것이냐를 놓고 베팅하는 등 분야가 엄청나게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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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못지 않은 ‘한 방’

가장 큰 재미는 우승 가능성이 낮은 선수에게 베팅했다가 ‘돈벼락'을 맞는 것이다. 2003년 우승자 벤 커티스 같은 무명선수에게 돈을 건 경우는 창업 단계의 애플 주식을 구입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커티스의 우승 배당률은 300/1이었다. 지난해 대런 클라크의 우승도 화제였다. 그의 우승 배당률은 150/1이었다. 미국 골프매거진에 따르면 서닝데일GC에서 캐디로 일하던 키스 카니는 평소 클라크의 백을 자주 멘 경험을 토대로 그의 우승에 5유로(약 7000원)를 걸었다가 900유로(약 126만원)를 받았다.

선수들도 도박에 참여한다. USGA(미국골프협회)와 R&A(영국왕립골프협회)는 선수들의 비공식적인 도박을 허용하고 있다. 2005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설문조사 결과 투어 프로의 20%가 브리티시오픈에서 자신에게 돈을 걸었다고 답했다.

◆도박사들 우즈 우승 점쳐

도박사들은 올해 브리티시오픈에서 타이거 우즈의 우승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윌리엄힐 웹사이트에 따르면 우즈의 배당률은 9/1이다. 우즈가 우승할 경우 1파운드당 9파운드를 돌려준다는 뜻이다.

이어 리 웨스트우드(영국)가 14/1로 2위를 달렸고 월드랭킹 1, 2위인 루크 도널드(영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20/1이었다. 최경주는 100/1로 한국 선수 중 가장 우승 확률이 높게 예상됐고 양용은 150/1, 김경태와 배상문은 200/1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