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검은 특수’ 스포츠 도박


2012 런던올림픽의 금빛 질주가 시작됐다. 태극전사의 영광과 좌절이 어우러진 감동의 드라마가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 열기를 틈타 일확천금을 노리는 ‘불나방’들도 있다. 불법 스포츠 도박업자들이다.

세계일보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29일 현재 한국과 멕시코 축구경기를 비롯한 올림픽 종목을 대상으로 수십개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인생역전을 노리고 이들 사이트에 목을 매지만 결국 도박업자 배만 불리고 만다.

중국 선양의 한 불법도박 사이트 작업장에서 근무했던 도박업자 A(32)씨는 세계적 스포츠행사인 올림픽이나 월드컵은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에게 ‘대박 특수’ 기간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중국에 있는 불법 스포츠 도박업체에서 몇 년 일하면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는데 생각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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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4월 동네 후배 제안으로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변변한 직업이 없던 그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어린 후배가 늘씬한 미인과 함께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것이 내심 부러웠다고 했다. 몇 년 일하고 귀국해 직접 도박장을 운영하고 싶은 욕심도 없지 않았다.

한 달 후 중국 선양의 작업장에 들어갔다. 겉보기엔 평범한 가정집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곳은 한 달 20억원 가까운 뭉칫돈이 들고나는 도박장이었다. A씨를 포함해 모두 7명이 일했는데 대부분 20∼30대였다.

관리자 1명과 사이트 관리 담당 4명, 은행 입·출금 담당 2명이 2개조로 나눠 밤낮으로 일했다. 대포통장에는 쉴 새 없이 돈이 입금됐다. 모두 한국에서 들어오는 돈이었다.

다루지 않는 종목이 없었다. 프로야구부터 농구, 축구, 온라인 게임까지 모든 종목이 가능했다. 하루평균 3000만∼6000만원의 뭉칫돈이 들어왔다. 이 가운데 절반은 사이트 운영자들의 몫이었다. A씨가 맡은 사이트에는 경기마다 100여명이 판돈을 걸었다. 중·고등학생부터 직장인, 군인, 남녀노소의 구분이 없었다.

베팅 방법 또한 다양했다. 축구는 승패는 기본이고 첫 옐로카드팀, 프리킥 팀, 득점팀 등 내기할 수 있는 것에는 모두 돈이 걸렸다. 승부조작이 불거지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스포츠 토토와는 다르다. 베팅도 무제한이고 하루 수십 번을 걸 수 있다. 즉시 현금화도 가능하다. 배당 또한 훨씬 높다. 이는 불법 스포츠 도박 유혹에 쉽게 빠져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 전역에 이 같은 도박장이 셀 수 없이 많다. 단속을 피해 동남아 곳곳에도 퍼져 있다.

A씨는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에 접속해 베팅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도박꾼”이라며 “이들 사이트 이용자까지 처벌하는 규정이 오히려 신고를 꺼리게 해 스포츠 도박은 더욱 음성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