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토토, 정부가 나서야


잘 나가던 스포츠토토가 홍역을 앓고 있다. 지난겨울 프로배구 인기 구단의 대표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진 이후 승부조작에 대한 조사가 전 종목으로 확대되었고 프로야구 등에서 추가 연루 사실이 확인되는 참담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에 따라 각종 매체는 승부 조작과 불법적인 스포츠 베팅 사이트가 횡행하고 있는 실태와 문제점을 연일 기사화했으며, 이로 인해 합법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스포츠토토 역시 부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야기하였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민체육진흥법’ 개정, ‘클린스포츠 통합콜센터 설립’ 등의 발 빠른 대응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였고, 한동안 난립하던 불법 스포츠 베팅 사이트들이 정부의 강력한 대처에 움츠러들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또 다른 사건이 스포츠토토를 뒤흔들고 있다. 진원지는 바로 스포츠토토의 최대 주주인 오리온그룹이다. 특히 현재 구속 기소된 전 전략담당 사장이 해당 사업 운영과 관련하여 다수의 비리를 저질렀으며, 이를 통해 조성한 불법 자금이 개인적 횡령은 물론 그룹 비자금 조성에까지 연계되었다는 강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건을 단순히 개인적인 탐욕에 기인한 문제로 치부하면서 그 해결을 시도하고 있는 기업의 행태는 쉽게 납득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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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그동안 보도된 기사들에 따르면 스포츠토토 사업을 둘러싼 비리는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행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임직원이 저질러온 장기간의 그릇된 행위를 조직 스스로가 걸러내지 못하는 시스템적 한계를 가진 기업이 무엇보다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어야 할 사업의 적임자로서 그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사실 스포츠토토 사업으로 조성된 국민체육진흥기금은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 체육 발전의 든든한 재원이 되어왔다. 이를 통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 7위,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5위라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하였으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가능케 하는 동력으로 작용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겐 메달 불모지로 여겨졌던 수영이나 피겨스케이트에서도 박태환,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균형 있는 체육 발전과 스포츠 종목 활성화를 위한 밑바탕이었다.

2003년 1726억원 수준이었던 국민체육진흥기금은 2012년 6875억원으로 증가하였고, 이를 토대로 최신 국가대표 훈련시설 건립, 생활체육 및 학교체육 인프라 확충과 개선, 체육인 복지제도 향상 등 대한민국 체육계의 숙원을 하나씩 달성해 ‘스포츠강국’을 넘어 ‘스포츠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다. 앞으로 인천아시안게임과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준비와 개최를 위해서도 스포츠토토 사업은 더욱 ‘공정’하게 정비될 필요가 있다.

구성원의 성과는 기업의 것으로 적극 향유하면서 경영윤리에 반하는 행위는 모두 개인의 잘못으로 전가하는 구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더 이상 묵인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책임지는 개인은 있어도 책임지는 기업은 없다”는 관행이 반복되는 경우, 2012년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이 향후 재발하지 않는다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국내 스포츠계 발전을 위해서도 막대한 자금을 모으는 창구 역할을 하는 스포츠토토를 더 이상 민간사업자에게 위탁해서는 안된다.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작금의 위기를 결자해지(結者解之)하기 위해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승부조작 사태 해결 과정에서 보여줬던 정부 당국의 지혜로운 대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