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이 라스베가스에서 옷 벗던 날…도박사들 승리 점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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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씩’하고 계면쩍은 듯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등판에 ‘해병대’라고 쓴 티셔츠를 벗었다. 순간 각지고 탄탄한 상체 근육이 커다란 텔레비젼 화면을 가득 채웠다. 관중 사이에서는 ‘와’하는 감탄 소리가 퍼져 나왔다. 이어서 그는 허리를 살짝 구부리며 바지를 벗었다. 팬티 바람에 저울대 위에 위풍당당하게 섰다.
순간 그의 몸무게가 화면에 나온다. ‘170’ . 170파운드이다. 이는 웰터급 한계체중인 77.1kg을 정확히 맞춘 것.
체중계 앞에 있던 심판관이 ‘통과’사인을 보내자, 김동현(31·부산팀매드)은 준비한 포즈로 잠시 퍼포먼스를 벌인다. 이날 김동현이 준비한 퍼포먼스는 상체 근육에 힘을 주고 인상을 찡그리는 것.
만명에 이르는 관중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체중계에서 내려온 김동현은 다시 옷을 입곤, 자신보다 먼저 계체량을 통과한 데미안 마이아(35·브라질)와 서로 마주보며 포즈를 잡았다. 관중석엔 우뢰와 같은 함성 소리가 퍼진다. 마이아를 응원하는 브라질 응원단의 함성이 실내를 뒤덮는다.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가스 몬다라이 베이 호텔 컨벤션 센터에서 진행된 미국 이종격투기 유에프시(UFC) 148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에 대한 계체량 검사는 단순한 체중 검사가 아니라 경기에 버금가는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이벤트였다.
만명이 입장한 컨벤션 센터에는 행사 시작 몇 시간 전부터 격투기 팬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행사 시작 한시간 전부터 입장은 통제됐다. 무료로 진행되는 30분짜리 계체량 행사인데 자리가 이미 꽉 찼기 때문이다.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몇 일 동안 체중을 줄이는 고통을 통과해야 한다. 많으면 평소 체중의 10%까지 줄이고 나온다. 식사도 못하고 사우나에서 땀을 빼며 실제 경기보다 더한 고통을 인내한다. 많은 격투기 선수들은 실제 훈련과 경기보다 체중을 줄이는 고통이 가장 견디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이날 김동현은 평소 체중보다 5kg을 줄여야 했다. 계체량을 통과한 선수들은 실제 경기가 벌어지는 24시간 뒤까지 ‘마음껏’ 먹는 호사가 주어진다.

이날 마지막으로 계체량을 측정한 선수는 미들급 챔피언인 앤더슨 실바(37·브라질)와 도전자 차엘 소넨(35·미국). 두 선수는 유에프시에서 최고의 앙숙으로 꼽히고 있다. 두 선수는 2년전 맞붙었다. 당시에도 챔피언이었던 실바는 5라운드 내내 소넨의 거센 공격에 고전하다가 간신히 경기 종료직전 발목 조르기 암바로 이겨 타이틀을 유지했다.
계체량을 마치고 마주보는 포즈를 취하는 순간 실바는 어깨로 소넨의 턱을 강타하는 기습 공격을 했다. 순간 무대는 긴장감이 흘렀고, 주최 쪽은 두 선수를 얼른 격리 시켰다. 이 모습을 본 미국 관중들은 흥분해 소리를 질렀고, 브라질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무대 위에 있던 다나 화이트 유에프시 대표가 중간에 끼어 화해를 시도한다.
김동현은 현지 도박사들로부터 6대4 정도의 근소한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귀신잡는 해병’의 이미지를 위해 해병대 티셔츠를 입고 머리까지 해병 스타일로 깎은 김동현은 미들급에서 한 체급 내려 자신과 맞붙는 주짓수의 달인 마이아를 잡아 유에프시에서 정상에 도전하는 자격을 따려고 하고 있다.
마이아는 2010년 4월 유에프시 112 대회에서 현 미들급 챔피언 앤더슨 실바에게 도전하기도 했으나 2011년 이후 3경기에서 1승2패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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