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억' 런던올림픽 주경기장, 한달 쓰고 부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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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런던올림픽'은 개최지가 확정되는 순간부터 흑자올림픽, 최소 지출을 표방했다. 당초 영국정부가 목표로 잡았던 지출은 24억 파운드(약 4조2976억원)다.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금액이 늘어나 실제 지출은 110억 파운드(약 19조6977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전히 400억 달러(약 45조6200억원)를 쓴 베이징올림픽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며 160억 달러(약 18조2480억원)를 지출한 아테네올림픽과 비슷한 규모다.

아테네올림픽과 당장 지출수준이 비슷해 보이지만 질적인 차이가 있다. 그리스는 올림픽 후 경제위기를 맞았고 사후 관리에 소홀해 경기장 대부분이 처치곤란으로 전락했다.

이와 비교할 때 이미 올림픽을 3회 개최해 본 경험이 있는 런던은 사후 활용 계획이 철저하다. 신축건물을 최대한 줄이고 경기장, 공간, 건축자재를 최대한 재활용 해 비용을 줄였다.

경기장, 한 달 쓰고 부순다고?

영국인들은 공간 활용에 능하다. 상상하지 못할 정도 규모의 설치물을 세우고 곧 뜯어낸다. 이런 영국인들의 능력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극대화 된다. 한 해를 정리하고 축제를 벌이는 이 기간을 위해 과감히 투자한다.

최대 규모 공원인 '하이드 파크(Hyde Park)'에 놀이공원을 세운다. 한국 주요 관광지에 있는 소규모 놀이공원 수준이 아니다. 놀이기구 숫자는 어린이대공원을 능가한다. 자이로드롭과 같은 큰 시설물도 설치한다. 이 놀이공원은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잠시 세웠다가 새해가 지나면 곧바로 뜯어낸다.

런던 시내 곳곳에 있는 작은 공원에는 아이스링크를 설치한다. 주요 관광지로 꼽히는 '런던타워(Tower of London)' 앞에도 한시적으로 아이스링크를 만드는데 수많은 인파가 몰린다. 10월 말부터 3개월 동안은 런던 도심을 크리스마스 조명으로 뒤덮는다. 이 조명 역시 새해가 지나면 떼어내고 그 해 겨울 다시 재활용한다.

'2012 런던올림픽' 경기장은 올림픽 스타디움(주경기장)과 주요 실내경기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존 시설을 재활용한 경기장이다. 신축 건물도 활용성이 낮은 시설은 용도를 바꾸거나 건설 후 뜯어낸다. 대규모 신축 경기장을 쏟아내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했던 베이징, 아테네와 사뭇 다르다.

일단 주경기장 활용계획부터가 야심차다. 주경기장을 지은 스트랫퍼드(Stratford)지역은 원래 낡은 공장과 창고들이 들어선 빈민가였다. 이곳에 친환경 공원을 조성하고 주경기장을 건설했다. 관중석과 지붕, 기둥 등은 재활용 자재로 만들었다. 파편을 녹이거나 폐가스관을 사용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주경기장을 짓기 위해 지출한 비용은 약 5억 파운드(약 8937억원). 거금을 들여 8만석 규모로 지은 주경기장은 이 중 5만5000석을 대회 후 떼어낼 수 있게 만들었다. 사실상 가건물에 가까운 경기장이라 골격이 그대로 드러난 외관은 엉성해 보인다. 올림픽기간 동안에는 경기장 외관을 대형 천으로 덮어 형형색색 치장할 계획이다.

올림픽 후에는 경기장을 매각해 관리 비용 지출 부담을 덜 예정이다. 당초 우선 계약자로 선정됐던 웨스트햄 유나티티드는 관중석을 6만석 규모로 줄이고 육상트랙, 관중석 등 이 곳에서 나오는 부산물은 크리스탈 팰리스 종합운동장 개보수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는 주위 축구팀들의 반대로 계획이 꼬인 상태. 그러나 여러 단체에서 경기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사후 방치될 가능성은 적다.

기존 공간 최대 활용, 임시 용도변경으로 경기장 활용

올림픽 종목 중 가장 많은 경기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축구다. 런던올림픽 기간 동안 축구 경기는 기존에 있었던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Old Trafford)' 등 6개 경기장을 활용한다. 테니스 경기 역시 매년 윔블던 테니스 경기가 열리는 '윔블던 경기장'을 활용한다. 한국 메달밭인 양궁 경기는 국제 크리켓 경기가 자주 열리는 '로츠 크리켓 경기장(Lord's Cricket Ground)'에서 열린다.

경기장 종목 변경 뿐 아니라 대형 공연장, 문화 공간 등을 용도변경 해 사용하기도 한다. 태권도가 열리는 '엑셀 런던(ExCeL London)'은 2009년 G20정상회의가 열렸던 복합공간이다. 올림픽 기간 동안에는 유도, 권투, 펜싱, 역도 등 각종 실내경기가 이곳에서 열린다.

배구 경기는 서부런던에 있는 '얼스 코트(Earls Court)'에서 개최되는데 이곳은 각종 공연과 전시회,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복합 공간이다. 1937년 개장해 1948년 런던올림픽 당시에는 권투, 레슬링 경기 등이 열렸다. 이와 비슷한 복합 문화 공간인 '웸블리 아레나(Wembley Arena)'에서는 배드민턴, 리듬체조가 열린다.

공원을 십분 활용하기도 한다. 수영 10km(킬로미터) 마라톤과 트라이애슬론은 '하이드 파크'에서 열린다. 하이드 파크는 면적이 2.53㎢(제곱킬로미터)에 달하며 큰 호수를 품고 있어 야외 경기 개최에 적합하다. 근대5종경기와 승마는 '그리니치 파크(Greenwich Park)'에서 열린다.

비치발리볼이 열리는 '호스가든(Horse Guards Parade)'은 원래 여왕 친위대 훈련장소다. 시내 중심가에 위치했으며 주요 관광지로 꼽힌다. 각종 행사가 열리는 공간에 관중석을 만들어 경기장을 구축했다.

수구경기가 열릴 '워터 폴로 아레나(Water Polo Arena)'는 5000석 규모의 임시 경기장이다. 지붕은 재활용 쿠션으로 만들었다. 대회 후에는 건물을 해체해 다른 건설 현장에서 사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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