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조직이 돈 잃어주면 카지노서 HSBC로 송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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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멕시코 수사 당국은 거대 제약회사 대표인 젠리 예 곤의 집에서 무려 2억560만달러의 현금을 발견했다. 100달러 지폐 뭉치가 거실을 가득 채우고 복도와 부엌에까지 쌓여 있었다. 중국계 멕시코인인 그가 중국에서 필로폰 원료를 사 멕시코 범죄 조직에 넘기는 방식으로 벌어들인 돈이었다.

그는 이 돈을 들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한번에 수백만달러 어치의 카지노칩을 사들였다. 도박을 즐기면서 한편으로 돈세탁을 하기 위해서였다. 카지노측은 우수 고객이었던 그에게 잃은 돈의 40%를 은행 수표와 고급차로 돌려 줬다. 이 돈은 젠리가 오래 거래해온 HSBC 은행 계좌로 흘러 들어갔다. 지난주 미국 상원 조사분과위원회가 공개한 유럽 최대 은행 HSBC의 돈세탁 사례다.

HSBC 은행의 멕시코 자회사가 돈세탁의 중심이 된 것은 2002년 멕시코 은행 그루포 피난시에로 비탈을 인수한 이후다. 멕시코 내 5위였던 이 은행을 인수하면서 HSBC 은행은 본사가 있는 영국보다 멕시코에서 더 많은 지점을 갖게 됐다. 본사의 관리 감독이 소홀한 틈을 타 HSBC 멕시코 자회사는 2007~2008년 마약 판매 자금인 70억달러의 현금을 미국 자회사로 운송하는 등 돈 세탁에 개입해 왔다. 

HSBC 은행 뿐이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늘날 마피아의 돈이 침투하지 않은 세계적 은행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는 안토니오 마리아 코스타 전 유엔마약범죄국(UNODC) 국장을 인용하면서 "HSBC 은행은 돈 세탁기 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21일 보도했다. 세계화된 금융시스템이 마약 밀매와 돈 세탁에 오염된'구조적 실패'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거대은행과 마약조직의 검은 커넥션이 드러났음에도 해법은 요원하다. 마약밀매와 돈세탁 경로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FT는 "2010년 미국이 추정한 국내 마약 밀매 시장 규모는 650억달러였지만 정작 압수한 자산은 25억달러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의 협력체인 자금세탁방지기구 역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은행에 대한 규제 강화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도 한계다. 돈세탁이 규제를 피해 비 금융회사로 옮겨갈 경우 이를 추적하기는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FT는 "이번 스캔들이 2008년 같은 혐의로 조사 받았던 당시 미국 4위 은행 와코비아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HSBC 은행처럼 관리 감독 시스템이 허술했던 와코비아 은행은 1,100만달러 규모의 마약 판매자금 세탁 혐의를 받은 후 1억5,000만달러의 벌금을 물고 웰스파고 은행에 인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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