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이런 나라를 꿈꾸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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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대권 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제 철학은 이명박 대통령 못지  않게 위험천만하다. 경제 민주화가 이슈인 만큼 재벌 총수의 집행유예를 금지해야 한다거나 재벌 대기업의 순환출자를 제한해야 한다는 등 그럴 듯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야 한다거나 법인세를 낮춰야 투자가 늘어난다거나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줄여야 한다거나 하는 주장은 해묵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재탕일 뿐이다.

박 전 위원장은 16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법인세는 가능한 한 낮춰야 한다”면서 “법인세는 다른 세금과 달리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고 (기업이) 다른 국가와도 경쟁해야 하기에 낮게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 캠프의 안종범 의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2010년까지 법인세율이 3% 포인트 인하된 상태”라며 “법인세 추가 인하보다는 현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연혁 스웨덴 쇠데르턴대 교수가 쓴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를 읽으면서 박 전 위원장의 척박한 경제 철학과 우리의 암담한 정치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스웨덴의 소득세율은 평균 31%에 이른다. 최고세율은 60%, 최저세율도 29%나 된다. 우리나라는 최고세율이 33%, 최저세율은 6%인데 비과세·감면이 많아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는 면세점 이하가 42%나 된다. 이명박 정부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35%에서 33%로 낮췄다.

세계적으로 법인세율을 낮추는 추세인 건 맞다. 2010년 기준 미국은 39.21%,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25.91%다. 1980년대만 해도 50%가 넘는 나라들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2000년 28%에서 2001년 27%로, 2005년 25%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10년에는 22%까지 낮췄다. 법인세율이 이미 낮은데, 다른 나라들이 낮춘다고 함께 따라 낮췄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복지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스웨덴이 우리 사회의 대안 모델로 논의된 게 벌써 10년이 훨씬 지났다. 장하준 캐임브리지대 교수는 스웨덴 사회대타협 모델을 ‘쾌도난마’의 해법으로 소개했고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에른스트 비그포르스의 사회민주주의 이론을 ‘잠정적 유토피아’로 풀어냈다. 그리고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복지국가 시스템을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라고 제안한다. 이들의 결론은 하나의 메시지로 응축된다. “스웨덴도 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에릭손에서 구조조정으로 잘린 한 50대 남성의 사례를 보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겠지만 퇴직 이후 1년 동안 퇴직 직전의 연봉을 받을 수 있고 1년 뒤에도 취업이 안 되면 정부에서 제공하는 실업 프로그램에 들어가 1년 동안 퇴직 직전 연봉의 80%를 받을 수 있다. 퇴직 이후 그는 독서와 운동, 자기계발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여름 휴가로 가족들과 함께 캐나다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그는 퇴직 15개월 만에 다시 일자리를 얻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막연한 구호가 아니다. 스웨덴에서는 출산휴가가 부모 합산 480일이다. 480일에서 90일을 뺀 390일 동안 임금의 80%를 지원 받는다. 오후 4시가 되면 유치원에 가서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는 게 대부분 직장에서 허용된다. 유치원은 무료가 아니지만 소득의 3% 또는 최대 20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달마다 아동 수당이 17만원 정도 지급되는데 대부분 이걸 아이들 용돈으로 준다.
최 교수의 옆집에 사는 할아버지는 퇴직연금으로 세전 기준 월 570만원을 받는다.

건설회사 중역 출신이라 좀 많은 편이지만 직장 생활을 하지 않았더라도 기초국민연금으로 노후 생활을 보내는 데 지장이 없다고 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최대 월 27만원을 내면 청소와 쇼핑, 음식배달 등 가정방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은 소득 수준에 따라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고 최대 월 56만원을 넘지 않는다.

최 교수의 집에 보일러가 고장 나서 수리를 요청했더니 1주일 만에 할리데이비슨을 탄 배관공이 찾아왔다. 스웨덴에서는 전문 기술직 종사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수입이 안정적이기도 하지만 자유로운 직업이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수리비로 435만원을 냈다고 한다. 학벌과 출신을 따지지 않는 사회. 노력한 만큼 잘 사는 사회. 최 교수는 스웨덴을 “믿음과 실천으로 움직이는,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나라”라고 설명한다.

 



유토피아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최 교수는 “북유럽 복지국가의 공통점은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준다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교육의 평등으로 언제든지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실패를 딛고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안전망과 제도적 틀이 구축돼 있다. 세금은 높지만 그만큼 위기에 강하고 경제를 빨리 회복할 수 있게 해준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복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공동체 의식, 높은 관용과 낮은 갈등 수준, 투명성, 타협과 협의의 정신, 연대의식 등이 정의로운 사회의 필수 요소”라고 강조한다. 경제 민주화를 외치는 박근혜 전 위원장이 간과하고 있는 대목도 바로 이 지점이다. 사회적 연대가 빠진 성장 정책은 고스란히 이명박 대통령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가 아니라 “우리의 꿈이 이뤄지는 나라”가 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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